“보지도 듣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손끝으로 그분들과 만납니다.”

농맹인은 누구인가요
농맹인(聾盲人)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시청각 복합장애를 가진 분들입니다.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를 함께 가진 분들을 가리키는 우리말로, 학술 용어로는 시청각 복합장애인(Deafblind, DBI: Deaf-Blind Individuals)이라고 부릅니다.
농맹인이라는 단어는 농인(聾人, 듣지 못하는 분)과 맹인(盲人, 보지 못하는 분)을 합친 말이지만, 두 장애가 단순히 더해진 상태가 아닙니다. 두 감각의 동시 손실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장애를 만들어냅니다. 시각 장애인은 소리로 세상을 인식하고, 청각 장애인은 시각으로 정보를 얻지만, 농맹인에게는 그 두 길이 모두 막혀 있습니다.
세상과 자신 사이에 놓인 두 개의 두꺼운 벽 — 그것이 농맹인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한국에 얼마나 계실까요
정확한 통계는 아직 부족합니다. 한국에서 농맹인은 시각 장애 또는 청각 장애로 따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농맹인이라는 별도 분류가 제도적으로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외 추정에 비추어 보면, 한국에도 약 일만 명 안팎의 농맹인이 계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사회와 단절된 채 가정 안에서만 지내는 분들이 다수입니다.
농맹인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요

상상해 보시기를 청합니다.
눈을 감으세요. 그리고 귀를 막아 보세요. 잠깐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잠깐이 아니라 평생이라면 어떨까요. 아침에 누가 방으로 들어오는지 모릅니다. 식탁 위에 무엇이 차려져 있는지 모릅니다. 텔레비전도, 전화도, 라디오도 닿지 않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손짓을 해도 알 수 없습니다.
농맹인에게 세상은 손끝에 닿는 것까지입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시간도, 공간도, 사람도, 모두 손끝에서 시작하고 손끝에서 끝납니다.
그래서 농맹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고립입니다. 신체적 어려움보다 더 깊은 외로움이 그분들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누군가의 손이 닿지 않으면, 하루가 통째로 침묵 속에 묻혀 버립니다.
농맹인은 어떻게 소통할까요
소리와 글자가 아닌, 촉각으로 소통합니다.
- 촉수화(觸手話) — 농인의 수어를 손으로 받아서 읽는 방식. 농맹인은 자신의 손을 상대방의 수어 위에 얹어, 그 손짓을 만져서 이해합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소통 방법입니다.
- 점자(點字) — 손가락 끝으로 읽는 글자. 책, 안내문, 메뉴 등을 점자로 옮기면 농맹인도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점자 디스플레이가 있는 디지털 기기는 컴퓨터·스마트폰의 글자도 점자로 변환해 줍니다.
- 손바닥 글씨 — 농맹인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한 자씩 써서 전하는 방법. 갑자기 만난 상황이나 짧은 문장을 전할 때 유용합니다.
이 모든 소통 방법은 반드시 누군가의 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농맹인 옆에는 늘 동행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분들의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입이 되어 줄 사람.
자주 받는 오해
“헬렌 켈러 같은 분들이군요?”
헬렌 켈러는 농맹인의 가장 유명한 사례지만, 모든 농맹인이 그분처럼 어릴 때부터 두 감각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 농맹인이 되는 시기와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선천적인 경우, 어린 시절 질병으로, 청년기 사고로, 또는 노년에 점진적으로 시청각이 약해지면서 농맹인이 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떤 시기에 농맹인이 되었는지에 따라 사용 가능한 소통 방법과 필요한 도움이 크게 달라집니다.
“수어로 소통하면 되지 않나요?”
수어는 눈으로 보는 언어입니다. 농맹인은 수어를 볼 수 없어서, 수어를 손으로 만져서 받는 촉수화를 따로 익혀야 합니다. 촉수화는 일반 수어보다 속도가 느리고,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가족이 있으니 괜찮지 않나요?”
가족의 헌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농맹인은 의료, 교육, 신앙, 친구 관계, 직업 —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전문적인 동행이 필요합니다. 가족은 사랑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와 공동체의 손이 함께 닿아야 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는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잖아요?”
한국의 장애인 복지는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를 따로 지원합니다. 농맹인은 두 제도 사이의 틈새에 자주 떨어집니다. 농맹인 전담 통역사 양성, 점자·촉수화 동시 통역, 농맹인 전용 활동지원사 제도 등은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단계입니다.
손끝세는 왜 필요한가요



농맹인 형제·자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손이 닿아 줄 사람, 함께 걸어 줄 사람, 침묵을 깨고 들어가 줄 사람.
손끝세 선교회는 농맹인이 고립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침묵이 아닌 말씀 안에서, 어둠이 아닌 빛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동행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함께합니다.
- 예배 — 농맹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촉수화와 점자로 인도되는 예배
- 교제 모임 — 농맹인 형제·자매가 서로 만나고, 손세우미(자원봉사자)와 사귐을 나누는 정기 모임
- 방문과 동행 — 가정에 갇혀 계신 농맹인을 찾아가 손과 손으로 만나는 시간
- 손세우미 교육 — 농맹인을 섬기는 자원봉사자에게 촉수화·점자·동행 방법을 가르치는 훈련
- 자원과 정보의 다리 — 농맹인 가정이 의료·복지·교육 자원에 닿을 수 있도록 안내
손이 되어 주세요
농맹인 형제·자매를 향한 우리의 사역에 함께 서 주십시오. 세 가지 방식으로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 기도로 — 손끝세와 농맹인 형제·자매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 [기도동역 신청 페이지로 이동]
- 후원으로 — 정기·일시 후원으로 사역의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 주세요. → [후원 안내 페이지로 이동]
- 손세우미로 — 직접 농맹인 옆에 서서 손이 되어 주세요. → [손세우미 모집 페이지로 이동]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 25:40)
